창랑 왕자와 풍소요가 가파르게 따라잡고 있기는 하지만 금광 최애는 흑백용랑전 때부터 검무극이었다. 흑백용랑전에서 열등감과 형제애와 본래 가진 유쾌한 성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묘사가 마음에 들었고 뜯어보면 섬세한 얼굴 조형과 시커머죽죽한 옷도 전부 다 취향이었다. 해서 작년 2월에 타이완에 갔을 때 검무극을 한 마리 살까, 다른 목우를 살까 여지를 남겨두고 목우점들을 돌아다녔다. 자창 목우를 만드는 모 목우점에서 엄청나게 잘 빠진 검자선적 헤드를 보고 아주 잠깐 망설였었지만 눈을 확 잡아 끄는 목우가 없어서 이번에는 소소만 사고 돌아오는 걸로 마음을 정리했었다. (그 와중에 엄청나게 비싼 전갑판 소소가 잠깐 고민 리스트를 스쳐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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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타이중에 있는 모 목우점에 미리 주문 넣어 둔 구룡변 딥디도 챙길 겸 가서 금광 목우 구경이나 하자 싶어서 들렀었다. 헌데 마침 일본 금광 팬이 픽업해가기로 한 검무극 한 채가 떡하니 나와 있었던 것. 검무극 3판이 생각보다 많이 예뻐서 혹시 해와판매는 어떻게 하나요? 페이팔 되나요? 물었더니 가능하다고...뭘 더 망설이겠는가. 얼른 검무극 주문 넣고 선지급금은 얼마냐, 제작기간은 얼마냐 그런 애기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3판 말고 다른 판도 가능하냐고 물어보았다. 마침 옆에 계시던 두 분이 얼른 1판 검무극 사진을 찾아 보여주셨다.
이전에 웨o보에서 1판 머리에 2판 얼굴에 3판 옷 입은 하이브리드 자창 검무극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얘가 이 가게 출신이었던 것. 사장님이 네가 말하는 게 이거임? 하고 즉석에서 사진을 보여주셨다.
맞아요! 그거요! 내가 원하는 게 그거야!!! 해서 얼른 주문 내용을 3판에서 자창으로 바꾸고 금액 부분 조절한 후 4개월에서 6개월 걸린다는 이야기 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헌데....4개월이 지나고 6개월도 지나고 1년이 지나 올해 3월에 타이완에 갈 무렵에 간신히 목우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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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에 목우는 언제 완성 되나요? 아직 멀었음까? 한 세 번쯤 물어본 것 같다. 그리고 목우는 조각 중... 기둘려 달라...쏴리.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무튼 3월에 목우를 직접 보러 가게 되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금광 목우들이 퀄리티가 들쭉날쭉이고 검무극처럼 얼굴 섬세하게 생긴 애들 빤들빤들하게 밀어서 이게 누구심? 하게 나온 것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이미 제작 기간이 한참 늦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마침 직접 가서 보았는데...이것은 병살 아니 삼중살이라는 기분이 팍팍 들었다.
망했다, 망했어. 나는 망했어 (곡조는 해냈다, 해냈어~ 두산이 해냈어)
팔자주름 별로 안좋아 하는데 팔자주름이 지금 껏 본 목우 중 가장 깊었고 심지어 그나마도 짝짝이었다.
사장님은 검무극 조각한 조각가가 여러 달 잠수타서 조각이 늦어졌다고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셨더랬다. 조각가도 사람이니 기분 안내키면 잠수탈 수도 있지만 시기가 늦어진 것보다 얘가 생각보다 안 예쁘다는게 충격이 더 컸다. ㅜㅜ 팔자주름 가리키면서 이 부분이 너무 깊은 거 같아요... 라고 말하니 원래 본존이 그래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양쪽이 달라요...ㅜㅜ라고 물으니 사람이 만드는 거라서 어쩔 수 없어요... 라고...ㅜㅜ
사장님은 연신 잘생겼다, 아주 잘 나온 거다라고 하셨지만 이미 실망한 상태였고 심지어 옷은 마음에 드니까 나중에 헤드만 빼서 바꿀가? 이런 생각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주 후 딥디와 굿즈 약간과 함께 검무극 목우 배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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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크게 실망하기는 했지만 다시 보면 괜찮을지도 몰라... 생각하면서 포장을 뜯었는데 사실 깊은 주름이 메워졌을 리도 없고 목우점에서 본 똑같은 그 녀석이 띠링 서 있었다.
옆에서 얼라는 어멈 속도 모르고 기천제가 왔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벽력 모바일 게임에서 기천제한테 발리는 것을 몇 번 본 얼라는 요즘 기천제가 제일 강하고 세 보인다고 좋아하고 있다.
저 깊은 팔자 주름은 마치 조각가가 '나는 이거 하기 졸라 (오른쪽 주름 푸악 파고) 싫어! 잠수탄 사람은 왜 잡아 온 거야?! (왼쪽 주름 푸악 파내고) 한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성의없는 팔자주름이 똬악....ㅜㅜ
일단 거실 한 곳에 세워두고 그래도 사진이나 찍어볼까 해서 파인더를 들여다 보았는데 으응? 어라? 실물로 보는 것보다 파인더를 통해 보는게 훨씬 잘생겨 보였다. 결과물도 마찬가지...
이게 뭔 일이여?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핸드폰과 카메라로 사진을 좀 찍어 보았는데 실물보다 5배는 더 분위기 있게 나오는게 아닌가... 오오오...
그리고 거실의 목우 장에 세워놓고 멀찍이서 떨어져서 보니 희끄무레한 소소 3마리 보다 얘가 훨씬 눈에 확 들어왔다.눈도 부리부리하고 코도 날카로와서인지 멀리서 보면 무지 또렷하게 보였다. 심지어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소소 3호는 여리여리 섬세하고 이쁜데 멀리 떨어져서 보면 3일쯤 야근한 것처럼 졸려 보인다.
나중에 검무극 2판 영상을 찾아보니 2판 자체가 인상이 강하고 팔자주름도 깊긴 했다. 사장님이 본존도 이 부분 깊다고 한 게 틀린 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어찌보면 이쁘장한 거 좋아하나, 인상 강한 거 좋아하나,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2판으로 하지 말고 3판 얼굴에 1판 머리로 했으면 아아...이뻐라...이리 와 봐라 업고 놀자~ 했을 것이다.
아무튼 높은 데 올려놓고 오가면서 보고 사진도 생각나면 몇 장씩 찍으면서 얘에 대한 애정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사실 이 비싼 걸 들여왔는데 좀 못생겼어도 정붙이고 살아야지 달리 무슨 수가 있을까마는...그리고 얼라는 소소 3호는 거들떠도 안 보고 얘를 아주 좋아하고 있고...기천제라고 오해를 사기는 했지만...
한동안 이름도 없었는데 카싼님과 대화 중 사진 미남, 10미터 미남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해서 사진 미남_ 10미터 미남 키워드를 더해서 사십이(寫十二) 두 이는 그냥 붙였다. 수십이도 있으니 사십이면 또 어떠리... 벽력서 저 十二가 파자로 임금 왕 王을 의미하는 거였으니 얘도 억지를 부리자면 사진왕?
이번에 사십이를 들이면서 중요한 그리고 돈 드는 교훈을 하나 얻었다. 공사우 없는 캐릭터 자창을 주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목우가 밤에 칼들고 돌아다녀서 위험한 건 아니고 큰 돈이 깨지는데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는 그런 위험 말이다. 설령 원조라고 해도 그걸 만든 조각가가 같은 퀄리티를 낸다는 보장이 없고 공사우가 있으면 그걸 기준으로 만드는데 기준이 없다 보니 조각가도 헤메는게 아닌가 싶다. 마찬가지로 공사우없이 원조만 나온 엽소채 태무판도 돌아다니는 목우들이 전부 제멋대로 생겼다. 엄청 이쁘게 생긴 애부터 부리부리 개성넘치는 애까지 중고 올라오는 거 보면 정말 재미있다.
목우를 주문하다보면 투수 앞 땅볼도 나오고 첫 타석 홈런도 나오고 삼중살도 나오고 다양한 변수가 있는 것 같다. 공산품이 아니라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공예품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 듯. 그리고 이런 변수 또한 목우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