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 머리를 풀어 헤침. 또는 그 머리.(네이버 국어사전)
ex) 어우, 왜 머리를 산발을 하고 돌아다녀?
산발... '산발' 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생각나시는지?
춘향이가 옥에 갇혀 목에 칼을 차고 있거나 이순신 장군이 한양으로 끌려와 고신을 당하거나 사육신이 수양대군 이 나쁜 놈... 으드득 하는 모습이 절로 머리에 떠오른다.
조선시대 청소년은 남자는 관을 쓰고 여자는 비녀로 쪽을 찌는 관례(여자는 계례)를 치르고 나면 비로소 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양반이든 상민이든 성인이 된 후에는 쪽을 찌거나 상투를 트는 것이 일반적이고 머리를 풀어헤치는 경우는 부모 상을 치를 때나 아프거나 아니면 좀 특수한 경우지만 옥에 갇혔거나 귀양을 가거나 뭐 이런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이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한족 국가인 한, 당, 송, 명 등등이 배경인 경우 남자는 머리에 쓴 관을 벗고 머리를 풀어헤친다. 포청천의 명장면 '개작두를 대령하라~' 를 연상하면 쉬울 거 같다. 개작두 앞에 엎드려서 난 아니야아~~ 하는 범인의 경우 높은 확률로 머리가 산발이 된다. 청나라 남성들의 경우는 변발해서 땋았으니 산발이 뭔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청나라 배경인 중국 사극 드라마에서도 산발이 나온다. 위는 텅 비었는데 밑에 남은 머리가 풀렸다. 보보경심에서 변발이 산발된 걸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통 포대희는 명나라 시대 의상을 바탕으로 당, 송, 원, 청 등의 의상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타이완 포대희에 대한 분석적 연구- 유등서) 포대희 인형은 머리에 경회(硬盔 딱딱한 모자)와 연건(軟巾 수건이나 천)혹은 투구를 쓰는 경우가 많다. 딱딱한 모자에는 관(冠 갓) 회(盔 대접 모양 그릇), 모(帽 모자) 등이 있고 연건은 문생이 쓰는 문생건, 무생이 쓰는 무생건 등등등이 있다고 한다.(출처 상동)
운주대유협 금광포대희를 거쳐 벽력포대희로 발전하면서 캐릭터 머리 모양 역시 많이 변했지만 전통적인 배역인 경우 여전히 머리에 관이나 천으로 만든 수건을 두르는 경우가 많다.
(사진 1: 굉동무림부터 검해록에 걸쳐 활약하는 고능서연(古陵逝煙)
전형적인 경회를 쓰고 나온 캐릭터이다. 출처는 벽력 공식홈페이지. http://drama.pili.com.tw/role/gulinshiyan/)
(사진 2: 머리에 관 쓴 대표적인 인물. 머리에 쪽을 찌고 연꽃 모양 관으로 장식한 후 한쪽에 비즈가 대롱거리는 비녀를 지른 소환진. 조형이 바뀌어도 기본적인 머리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출처는 공식홈페이지 http://drama.pili.com.tw/role/su/)
산발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포대희 캐릭터의 기본적인 머리 장식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서 비잉 돌아 왔다. 잠깐 커피 한 모금만...
아무튼 포대희 캐릭터 중 머리에 모자를 쓰거나 관을 쓰거나 비녀를 지르거나 올려서 쪽을 찐 경우는 말하자면 일할 때 나가는 오피스룩 같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소소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 아... 칼퇴근 하고 싶다... 출근도 안 했지만 퇴근하고 싶다... 구시렁거리면서 머리 올리고 관 쓰고 비녀 지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머리 완벽하게 세팅했다가 오후되서 긁적이다 보면 실핀도 흘러내리고 잘 말린 컬도 올올이 풀리는 것처럼 포대희 캐릭터들도 적한테 쳐 맞거나 무공을 잃거나 아프거나 어디 잡혀가거나 누구랑 원나잇을 하거나 누가 머리를 끄댕기거나 하면 애써 올린 머리가 풀리고 모자나 관도 어디 날아가는데 그게 바로 산발이다. (아아...이 얘기 하려고 정말 먼 길을 걸어왔다.ㅜㅜ)
산발 (散髮)을 구글에 이미지 검색하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포대희 산발이 아니고 그냥 산발 검색해도 이런 이미지들이 나온다. 벽력과 금광이 중화권 산발 키워드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소소랑 임표묘랑 집무왕과 흑백랑군과 라후와 사염문까지는 확인했다.
(사진 3. 구글 이미지 산발 '散髮' 검색 결과 스크롤 내려서 포대희 캐릭터 밀도가 높은 부분 캡쳐)
산발에 대해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냐 하면 최근에 또 한번 현자타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자타임이 참 자주오는 것 같지만 덕질하다 보면 원래 현자타임의 풍파가 오고가는 거 아니던가.
어느날 목우 다섯 채를 꺼내놓고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오소 따거 말고 4마리가 산발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엽소채와 검무극은 원래 머리 풀어헤친 애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모 목우점 사장님은 내가 얘기 안해도 먼저 '산발판 좋은 거 필요없음?' 이라고 물어보시더라...포대희 캐릭터의 오피셜한 모습이 아니라 산발만 모으는 것도 어쩌면 방문좌도에 빠지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산발 자창은 사지 말아야지. 아니 아예 자창도 사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었다. 적어도 어청절(御清絕) 산발을 보기 전까지는 차분한 현자모드였다.
(사진 4. 군해당과 원나잇 후 산발로 일어나는 어청절. 출처불명. 문제시 삭제)
사실 이 이미지를 먼저 본 건 아니고 이 오빠가 방황하면서 산발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저거 뭐야... 이 오빠 누구야? 왜 저러고 다녀!! 난리를 쳤었다. 요즘은 득음하느라 산발하고 눈까지 가리고 음악활동에 전념 중. 이 오빠 조형에서 은근히 정창랑이 보여서 요즘 자꾸만 눈이 가는 캐릭터이다.
(사진 5: 이렇게 볼드하게 생긴 오빠가 위의 사진처럼 무방비하게 머리 풀고 있는 이 갭이 너무 좋다. 출처는 벽력 공식홈페이지 http://drama.pili.com.tw/role/yuqingjue/%20%E5%BE%A1%E6%B8%85%E7%B5%95)
머리 세팅하고 물 샐 틈 없이 완벽하게 수트를 갖춰 입고 와이셔츠 단추를 끌까지 채우고 넥타이도 딱 맞게 매고 있다가 머리도 좀 흐트러지고 넥타이 풀리고 와이셔츠 버튼 두개 풀고 지친 모습으로 있는 거 보면 환장하는 것처럼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다들 그렇죠? ) 포대희 캐릭터도 소소처럼 하늘하늘한 캐릭터보다 어청절처럼 좀 딱딱하고 경직되어 보이는 캐릭터가 산발이 되는 게 너무 좋다. 딱딱함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그런 미학이랄까...
벽력 금광 통틀어 오피셜 산발을 보고 싶은 캐릭터 1위는 바로 이 사람이다. 2위는 딱딱하기로 치면 둘째가라 서러운 정창랑.
(사진 6 어쩌나 철벽방어인지 기천제가 만년옥에 잡아 가둬도 의관이 흐트러지지 않은 사람. 언젠가 산발판을 꼭 보고 싶은 육현지수 창 출처는 상동)
어청절 선생 덕분에 어울리지도 않는 현자타입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우리집에 산발판만 드글거리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걍 산발판을 좋아해서 였던 것 뿐. 생긴대로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산발 페치면 페치답게 산발이나 모으면서 살아야지 뭐...
돌고 돌아 왔지만 아무튼 산발 만세! 각색들이여, 머리를 풀어 헤쳐라~
하는 김에 옷도 같이 풀어 헤.......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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