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 머리를 풀어 헤침. 또는 그 머리.(네이버 국어사전) 



ex) 어우, 왜 머리를 산발을 하고 돌아다녀? 



산발... '산발' 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생각나시는지? 

춘향이가 옥에 갇혀 목에 칼을 차고 있거나 이순신 장군이 한양으로 끌려와 고신을 당하거나 사육신이 수양대군 이 나쁜 놈... 으드득 하는 모습이 절로 머리에 떠오른다. 

조선시대 청소년은 남자는 관을 쓰고 여자는 비녀로 쪽을 찌는 관례(여자는 계례)를 치르고 나면 비로소 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양반이든 상민이든 성인이 된 후에는 쪽을 찌거나 상투를 트는 것이 일반적이고 머리를 풀어헤치는 경우는 부모 상을 치를 때나 아프거나 아니면 좀 특수한 경우지만 옥에 갇혔거나 귀양을 가거나 뭐 이런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이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한족 국가인 한, 당, 송, 명 등등이 배경인 경우 남자는 머리에 쓴 관을 벗고 머리를 풀어헤친다. 포청천의 명장면 '개작두를 대령하라~' 를 연상하면 쉬울 거 같다. 개작두 앞에 엎드려서 난 아니야아~~ 하는 범인의 경우 높은 확률로 머리가 산발이 된다. 청나라 남성들의 경우는 변발해서 땋았으니 산발이 뭔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청나라 배경인 중국 사극 드라마에서도 산발이 나온다. 위는 텅 비었는데 밑에 남은 머리가 풀렸다. 보보경심에서 변발이 산발된 걸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통 포대희는 명나라 시대 의상을 바탕으로 당, 송, 원, 청 등의 의상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타이완 포대희에 대한 분석적 연구- 유등서) 포대희 인형은 머리에 경회(硬盔 딱딱한 모자)와 연건(軟巾 수건이나 천)혹은 투구를 쓰는 경우가 많다. 딱딱한 모자에는 관(冠 갓) 회(盔 대접 모양 그릇), 모(帽 모자) 등이 있고 연건은 문생이 쓰는 문생건, 무생이 쓰는 무생건 등등등이 있다고 한다.(출처 상동) 



운주대유협 금광포대희를 거쳐 벽력포대희로 발전하면서 캐릭터 머리 모양 역시 많이 변했지만 전통적인 배역인 경우 여전히 머리에 관이나 천으로 만든 수건을 두르는 경우가 많다. 




(사진 1: 굉동무림부터 검해록에 걸쳐 활약하는 고능서연(古陵逝煙) 

전형적인 경회를 쓰고 나온 캐릭터이다. 출처는 벽력 공식홈페이지. http://drama.pili.com.tw/role/gulinshiyan/





(사진 2: 머리에 관 쓴 대표적인 인물. 머리에 쪽을 찌고 연꽃 모양 관으로 장식한 후 한쪽에 비즈가 대롱거리는 비녀를 지른 소환진. 조형이 바뀌어도 기본적인 머리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출처는 공식홈페이지 http://drama.pili.com.tw/role/su/



산발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포대희 캐릭터의 기본적인 머리 장식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서 비잉 돌아 왔다. 잠깐 커피 한 모금만... 



아무튼 포대희 캐릭터 중 머리에 모자를 쓰거나 관을 쓰거나 비녀를 지르거나 올려서 쪽을 찐 경우는 말하자면 일할 때 나가는 오피스룩 같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소소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 아... 칼퇴근 하고 싶다... 출근도 안 했지만 퇴근하고 싶다... 구시렁거리면서 머리 올리고 관 쓰고 비녀 지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머리 완벽하게 세팅했다가 오후되서 긁적이다 보면 실핀도 흘러내리고 잘 말린 컬도 올올이 풀리는 것처럼 포대희 캐릭터들도 적한테 쳐 맞거나 무공을 잃거나 아프거나 어디 잡혀가거나 누구랑 원나잇을 하거나 누가 머리를 끄댕기거나 하면 애써 올린 머리가 풀리고 모자나 관도 어디 날아가는데 그게 바로 산발이다. (아아...이 얘기 하려고 정말 먼 길을 걸어왔다.ㅜㅜ)  


산발 (散髮)을 구글에 이미지 검색하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포대희 산발이 아니고 그냥 산발 검색해도 이런 이미지들이 나온다. 벽력과 금광이 중화권 산발 키워드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소소랑 임표묘랑 집무왕과 흑백랑군과 라후와 사염문까지는 확인했다. 


  

(사진 3. 구글 이미지 산발 '散髮' 검색 결과 스크롤 내려서 포대희 캐릭터 밀도가 높은 부분 캡쳐) 


 

산발에 대해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냐 하면 최근에 또 한번 현자타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자타임이 참 자주오는 것 같지만 덕질하다 보면 원래 현자타임의 풍파가 오고가는 거 아니던가. 



어느날 목우 다섯 채를 꺼내놓고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오소 따거 말고 4마리가 산발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엽소채와 검무극은 원래 머리 풀어헤친 애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모 목우점 사장님은 내가 얘기 안해도 먼저 '산발판 좋은 거 필요없음?' 이라고 물어보시더라...포대희 캐릭터의 오피셜한 모습이 아니라 산발만 모으는 것도 어쩌면 방문좌도에 빠지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산발 자창은 사지 말아야지. 아니 아예 자창도 사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었다. 적어도 어청절(御清絕) 산발을 보기 전까지는 차분한 현자모드였다. 




(사진 4. 군해당과 원나잇 후 산발로 일어나는 어청절. 출처불명. 문제시 삭제) 



사실 이 이미지를 먼저 본 건 아니고 이 오빠가 방황하면서 산발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저거 뭐야... 이 오빠 누구야? 왜 저러고 다녀!! 난리를 쳤었다. 요즘은 득음하느라 산발하고 눈까지 가리고 음악활동에 전념 중. 이 오빠 조형에서 은근히 정창랑이 보여서 요즘 자꾸만 눈이 가는 캐릭터이다. 




(사진 5: 이렇게 볼드하게 생긴 오빠가 위의 사진처럼 무방비하게 머리 풀고 있는 이 갭이 너무 좋다. 출처는 벽력 공식홈페이지 http://drama.pili.com.tw/role/yuqingjue/%20%E5%BE%A1%E6%B8%85%E7%B5%95) 



머리 세팅하고 물 샐 틈 없이 완벽하게 수트를 갖춰 입고 와이셔츠 단추를 끌까지 채우고 넥타이도 딱 맞게 매고 있다가 머리도 좀 흐트러지고 넥타이 풀리고 와이셔츠 버튼 두개 풀고 지친 모습으로 있는 거 보면 환장하는 것처럼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다들 그렇죠? ) 포대희 캐릭터도 소소처럼 하늘하늘한 캐릭터보다 어청절처럼 좀 딱딱하고 경직되어 보이는 캐릭터가 산발이 되는 게 너무 좋다. 딱딱함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그런 미학이랄까... 

벽력 금광 통틀어 오피셜 산발을 보고 싶은 캐릭터 1위는 바로 이 사람이다. 2위는 딱딱하기로 치면 둘째가라 서러운 정창랑.




(사진 6 어쩌나 철벽방어인지 기천제가 만년옥에 잡아 가둬도 의관이 흐트러지지 않은 사람. 언젠가 산발판을 꼭 보고 싶은 육현지수 창 출처는 상동) 



어청절 선생 덕분에 어울리지도 않는 현자타입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우리집에 산발판만 드글거리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걍 산발판을 좋아해서 였던 것 뿐. 생긴대로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산발 페치면 페치답게 산발이나 모으면서 살아야지 뭐... 


돌고 돌아 왔지만 아무튼 산발 만세! 각색들이여, 머리를 풀어 헤쳐라~ 

하는 김에 옷도 같이 풀어 헤.......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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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제존 일보선공과 백교 금연하의 스토리가 끝이 났다. 

뭐 보다가 잘 우는 편이긴 한데 어제는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서 펑펑 울고 난 후에도 하루종일 그 기분에 빠져 있었다. 

 


봉인된 요괴와 속세를 모르는 승려의 사랑.어찌보면 무척 뻔한 원형에 가까운 스토리지만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꼼짝없이 당하게 만드는 건 금광포대희의 스토리와 연출력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금연하와 보제존의 이야기만 따로 떼 놓고 보아도 스토리가 독립적이고 완성도가 있을 정도로 정말 잘 짠 스토리였다. 최근에 본 금광, 벽력 통틀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스토리였던 것 같다. 감천궐과 창랑 이야기도 무척 좋았지만 이쪽은 좀 완성도가 거칠거칠했다면 보제존/금연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 민간 설화인 '백사전(白蛇傳)'  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하다. 

백사전은 천년 동안 살아 온 백사와 선비 청년이 생사윤회를 뛰어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고 우리나라 장화홍련 급인 이야기라서 경극, 연극, 영화는 물론 포대희로도 나온 적이 있다. 마침 유심히 보고 있는 금응각 포대희에서 지금 백사전을 하고 있다. 보고 싶...ㅜㅜ 


(사진 1. 보제존. 오른쪽은 본편에 1분도 안나오지만 西湖斷橋版 서호단교판으로 공사우가 따로 나왔다. 출처는 금광페북)  



무튼 백사전 스토리에 등장하는 승려 이름도 법해 대사이다. 금광 포대희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듯. 백교전설이라는 책이 널리 읽히고 있고 육세마라도 금연하를 처음 보고 오오... 유명인! 연예인!! 하고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100년 전에 백교 금연하와 린족 청년 청해선이 사랑에 빠지는 것 까지는 백사전과 같았는데 

금뢰촌에 재해가 발생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재해를 몰고 온 것이 금연하였다고 생각했고 고승 법해 대사에게 금연하를 봉인해 달라고 의뢰한다. 그리고 금연하를 불러 내 약이 든 차(술일지도...)를 마시게 한 사람이 바로 청해선이었다. 

법해대사는 금연하를 봉인한 후 시간이 흘러 산 채로 입적해 몸 전체가 사리인 육신사리가 되어 달마금광탑을 지키는 법보(불교의 보물)이 되었고 청해선은 그 이후 행적이 언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100년이 흘러서... 금연하가 봉인에서 풀려난 후 남편인 청해선과 얼굴이 똑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달마금광탑의 삼존 중 한명인 보제존 일보선공.금연하는 보제존이 청해선 본인이거나 환생한 모습이라고 굳게 믿고 처음부터 보제존에게 적대적으로 군다. 

 


한편 보제존은 마세 문이 닫힌 후 중원에 남은 마족들을 찾아 달마금광탑 보호 아래 두려고 애쓰는 중. 금연하 역시 마족이기 때문에 금연하도 달마금광탑으로 데리고 가려고 설득하다가 행동을 같이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돕고 사랑이 싹트게 된다. 

금연하가 너와 같이 다니겠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해.라고 말하고 보제존은 그러겠습니다.라고 승낙하면서 요괴와 승려의 로드무비가 이어진다. 



보제존의 마족 구제 계획에 모든 중원인이 찬성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고 현지현을 중심으로 한 상동회는 아예 대놓고 반대하고 있으며 심지어 달마금광탑 안에서도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다. 그리고 금연하가 앞뒤 안가리고 살육을 일삼는 바람에 린족 사상 욕성이의 분노를 사게 된다. 분노한 욕성이가 얼마나 정말 집요하고 무서운지 보면서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전생에(금연하는 그렇게 믿고 있음) 자기를 봉인한 승려는 다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100년 전 상황이 똑같이 리플레이 되는데 이 부분 스토리가 정말 유기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진다. 이 스토리 쓴 작가는 끝내놓고 엄청 뿌듯했을 거 같다. 


욕성이, 상동회, 천문(달마급광탑) 3 세력에게 공격을 당한 보제존과 금연하는 처음 스토리가 시작된 금뢰촌으로 피신하고 금뢰촌 무녀는 이 둘을 처음 금연하가 봉인되어 있던 땅 밑에 숨겨준다. 하지만 블러드하운드보다 더 집요한 욕성이가 이 둘을 찾아낸다. 



금뢰촌은 지하에 지세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거대한 수맥 위에 세워진 마을인데 사실 금연하가 땅 속에 봉인되어 있는 동안 자의는 아니지만 이 수맥을 누르고 있었던 것. 금연하가 봉인에서 풀려난 후 마을에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봉인이 풀린후 수맥을 억누르는 힘이 사라져서 벌어진 일이었다. 금연하가 봉인에서 풀려난 후 달마금강탑에 있던 육신사리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 당시 마족이 한 일이다, 영문을 모르겠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게 또 식스센스 양 싸다구를 후려지는 반전이었다. 

육신사리가 된 법해대사가 자기 의지를 가지고 금뢰촌의 땅속으로 들어가 수맥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 하지만 육신사리의 불력으로도 수맥을 막을 수 없었고 금뢰촌은 물론 수백 리의 마을이 다 수몰될 위기에 빠진다. 



금연하는 보제존을 끝까지 청해선이라고 부르면서 나를 사랑했냐고, 왜 배신했냐고 오열하는데 보제존은 나는 청해선이 아니다. 나는 일보선공이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무렵 얼굴 벌게서 크리넥스 뽑으면서 눈물콧물 다 쏟고 있었다......



욕성이는 금연하를 봉인해서 수맥을 억누르려고 하고 금연하도 자기를 봉인하라고 하지만...

보제존은 무너져가는 육신사리를 대신해서 지맥을 누르고 금연하와 욕성이를 지상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엔딩은 이 장면

비가 오고 금연하는 비를 피하려고 달려간다. 

그때 누가 우산을 내밀면서 같이 쓰자고 말한다. 

"저는 금연하예요."

"저는 일보선공입니다."


(사진 2. 출처는 바이두 이미지. 정말 멋진 완결이었다.) 


눈물나 죽을 꺼 같은데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운이 도통 가시지 않았다. 



묵무협봉 12화를 보고 난 후 이제 13화를 봐야 하는데 워낙 남아있는 여운이 강해서 13화를 틀 엄두가 안 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지현이 초여래 괴롭히는 거 봐야 해서 오늘 안에 틀긴 하겠지만... 

무튼 황대협, 금광 땡스입니다. 묵무협봉 딥디 나오면 꼭 사겠습니다! 공사우랑 굿즈도 사겠습니다! 금광 간바레!!! 





추가: 묵무협봉 13화 이후 추가로 알게된 내용 

보제존과 금연하의 로맨스에서 100년 전 청해선은 땅 속에서 벌어지는 이변을 알고 법해대사와 손을 잡고 금연하를 봉인한 것. 이변이 벌어진다, 저 여자 때문이다! 가 아니고 금뢰촌과 해경에 이변이 벌어질 것이다. 알고 봉인한 거였다. 음... 으으음... 청해선은 죄책감에 나중에 승려로 태어나 이 업보를 갚겠다고 했고 아마 일보선공이 청해선 환생일 가능성이 본편에 나온다. 일보선공이 육신사리가 되어 지맥을 막은 후 마하존과 함께 땅 속으로 들어가서 그 모습을 본 금연하는 내세에는 내가 출가하겠어. 그래서 일보선공의 윤회업보를 망치지 않을 거야. 뭐 이런 말을 한다. 본격 - 모두가 출가하는 시리즈가 되어서 슬픈 와중에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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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륙혈전 22화부터 60분 전후이던 플레이타임이 90여 분이 되었다. 예전 금광에서 이제 우리도 플레이 시간이 늘었어요! 이제 스토리도 더 많이 넣을 수 있어요! 숙원을 이루었다, 만세만세! 했었던 적이 있다. 벽력은 20년 전부터 80분 이상 되는 플레이 시간으로 매체를 발매했지만 흑백용랑전으로 금광이 재기할 당시에는 6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금광의 60분 플레이타임이 무척 고마웠던 것이 사실이다. 60분 안에 기승전결 넣고 예고편까지 넣다 보니 편집도 빠르고 스토리 전개도 팍팍 넘어가서 금광 특유의 빠른 전개가 가능했다고 본다. 



아무튼 오랜 숙원이었던 90분 플레이타임이 된 건 좋은데 60분 보다는 확실히 좀 루즈하고 집중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디테일이 늘고 스토리 밀도도 높아지기는 했지만 미륙혈전 90분 플레이시간 초반에는 이 문제로 좀 헤맨 것은 사실이다. 



사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한 감천궐이 죽고 창랑 왕자는 다시 왕권을 되찾고 엄청나게 아름다운 신조형으로 등장했다. 묘강 만세!  

북경왕의 퇴은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또 울컥울컥했다. 금광에서 잘하는 것 중 하나인 '이 세상에 절대 악이나 절대 선이 어디있음? 알고보니 이 놈도 불쌍한 놈, 상황이 달랐으면 그러지 않았을 놈' 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는 에피소드였다. 

묘강 왕실 내란 스토리를 얼른 정리하고 달마금광탑이나 묘강 왕실 신세력에 촛점을 맞춰야 했던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여폭군이나 여림(茹琳) 스토리를 너무 급하게 정리한 부분은 좀 아쉬웠다. 특히 여폭군 스토리는...카싼님 표현을 빌자면 '아내의 유혹 마지막 화' 같은 마무리. 이미 북경왕 퇴은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까지 그렇게 잘 보내줄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 1. 알고 보면 불쌍한 여림. 봉접한테 시비거는 장면은 좀 웃겼다. 출처는 금광페북)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돌아온 후 세웠다는 달마금광탑은 스토리 전면에 나서서 마세와 대항하기 시작했다. 달마금광탑의 두 화상인 금강존과 보제존이 스토리 중심에 나서기 시작했고 금뢰촌에 봉인되어 있던 백교(白蛟 뿔이 없는 용, 전설 속의 동물)인 금연하(锦烟霞)가 봉인에서 풀려 등장했다. 천년 동안 살아 온 유서 깊은 유괴인데 비오는 날 만난 린족 청해선(青奚宣)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이후 청해선의 배신으로 금뢰촌에 100년 동안 봉인 되어 있었다...는 산해경이나 요재지이에 나올 법한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이다. 이 때 불가의 고승 법해대사가 달마대사의 법보인 자금발(紫金钵 보라색 바리때, 밥그릇)으로 금연하를 봉인했고 초여래가 이 법보를 찾는 과정에서 봉인이 풀리게 된 것.100년 동안 봉인되었다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화가 치밀 수 밖에... 금연하는 불문과 린족에 복수를 하려고 나섰고 마찬가지로 법문과 한판 붙어야 하는 육세마라와 그 동료들과 잠시 손을 잡고 달마금광탑을 치러 나섰다. 




(사진 2. 백교 금연하. 이 언니는 목소리가 정말 상냥하다. 지금 보는 마륙혈전에서는 보제존과 알콩달콩하는 중/ 출처는 상동.)



금연하를 배신한 청해선과 보제본은 얼굴과 목소리가 똑같고 금연하를 봉인한 법해대사는 린족 사상 욕성이와 외모와 목소리가 똑같은 상황. 청해선은 심지어 욕성이의 백조부(큰할아버지)였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린족이던 전 남편은 승려로 환생하고 웬수인 승려는 린족으로 환생한 상황이다. 사실 이게 정말 환생인지는 그냥 우연히 얼굴이 닯았을 뿐인지는 정확하게 설명이 없는 듯. 적어도 금연하는 남편놈은 중이 되고 웬수놈은 남편네 종족이 되었네......썩을 세상...하는 중. 

금연하와 보제존, 린족 사상인 욕성이의 관계는 전래동화나 판타지 보는 것 같아서 이 시리즈에서 무지 마음에 든 부분 중 하나였다. 



마세 세력은 수 읽기에 실패해서 달마금광탑과 흑수성에게 선수를 빼앗겼고 육세마라는 달마금광탑을 치러 갔다가 도리어 매복하고 있던 설산은연&검무극과 한판 붙게 된다. 이 과정에서 또 사씨 집안의 그지같은 운명 이야기가 나오고...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고... 하아...

육세마라가 천하를 통일하려는 이유는 결국 잦은 분란과 전쟁이 지긋지긋하다. 세력 하나가 다 통일해 버리면 분란이 일어날 일도 없을 것이다. 시제(진시황제)와 마계 황제가 천하를 통일했었지만 지금 아무도 안 나서면 걍 내가 하고 만다. 

소공이 그동안 분쟁이나 분란에 이리저리 이용당한 아픔이 느껴져서 기분이 참 거시기했다... ㅜㅜ  

 

 

전에 흑백랑군과 망중인은 오래 산 부부같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오래 산 부부 사이에 육세마라가 껴들었다. 망중인이 육세마라를 위해 흑백랑군에게 굴복하는 장면도 근사했고 육세마라 업고 뛰댕기는 장면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흑백랑군이 이걸 제 눈으로 봤더라면...상상만 해도... 이야...



그리고 행화군, 명의의 죽음.

벽력은 물론 금광을 한참 보다 보니 시시한 퇴은보다는 차라리 장절하게 멋지게 저 세상으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장절하고 멋진 퇴은은 


1) 몇 화에 걸쳐 그 캐릭터의 죽음을 암시한다. 

2) 자기 희생이나 대의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욕실에서 비누 밟고 넘어져 죽는 그런 구슬픈 운명은 포함되지 않는다.)

3)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의 죽음을 함께 지키거나 애도한다. 

4) 죽는 과정이 좀 끔살이어도 나름 시각적인 효과가 있으면 괜찮다. 

4) 장례까지 성대하게 치르면 더 좋다. 

5) 죽은 후에도 그 캐릭터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며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잘 죽은 캐릭터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생각나는 캐릭터는 검군십이한, 경해조, 단멸천제(시각적인 이미지가 너무 세긴 했다.ㅜㅜ), 미야모토 사부, 묵창리, 명의, 용전팔황 소루용숙(아무튼 장례식은 잘 치렀으니 ㅋㅋ) . 돌이켜보면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는 경해조였던 거 같다.  

스토리가 급진전 되는 과정에서 1+1으로 죽거나 기천제의 난 같은데서 대량 학살로 죽거나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퇴은하고 쟁여놓은 캐릭터 없으면 수시로 끌려나오는 것보다 그냥 아름답고 멋지게 장절하게 퇴은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 궁하면 자고 있는 정창랑 끌려나와서 어울리지도 않는 스토리 안에서 버벅대다가 끔살당할까봐 그러는 건 아니고...아무튼 명의의 죽음도 미련이 남지 않는 매우 깔끔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저 세상에서 묵창리 만났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 




(사진 3. 팬 투표에서 신부감 1위를 차지한 행화군. 명의. 좋아한 캐릭터였는데 ㅜㅜ 출처는 상동)



묵가의 인물인 현지현은 중원을 장악하고 전면에 나서서 마계 잔존 세력을 축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참...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이전에 벽력서 귀각신지와 한부봉과 협장무의를 씹은 적이 있는데 현지현에 비하면 이 사람들은 나름 사연이 있는 괜찮은 놈들이었다. 나쁜놈 탑 오브 탑에 삽시간에 오른 현지현... 대단하다! 현지현을 욕하면서 중국과 타이완이 양안 문제를 떠나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얘를 욕하다 보면 3차 국공합작도 가능할 거 같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이룰 수도 있을 거 같다. 




(사진 4. 현지현. 딱이 코멘트 붙이고 싶지도 않다. 출처는 상동) 


전에 쓴 포스팅을 보니 5월 23일에 검영마종 관련 포스팅을 올렸는데 딱 한달 만에 검영마종, 마륙혈전을 끝내고 묵무협봉10화까지 해치웠다. 금광의 몰입도는 참으로 금광스럽다! 아...눈부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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