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륙혈전 22화부터 60분 전후이던 플레이타임이 90여 분이 되었다. 예전 금광에서 이제 우리도 플레이 시간이 늘었어요! 이제 스토리도 더 많이 넣을 수 있어요! 숙원을 이루었다, 만세만세! 했었던 적이 있다. 벽력은 20년 전부터 80분 이상 되는 플레이 시간으로 매체를 발매했지만 흑백용랑전으로 금광이 재기할 당시에는 6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금광의 60분 플레이타임이 무척 고마웠던 것이 사실이다. 60분 안에 기승전결 넣고 예고편까지 넣다 보니 편집도 빠르고 스토리 전개도 팍팍 넘어가서 금광 특유의 빠른 전개가 가능했다고 본다.
아무튼 오랜 숙원이었던 90분 플레이타임이 된 건 좋은데 60분 보다는 확실히 좀 루즈하고 집중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디테일이 늘고 스토리 밀도도 높아지기는 했지만 미륙혈전 90분 플레이시간 초반에는 이 문제로 좀 헤맨 것은 사실이다.
사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한 감천궐이 죽고 창랑 왕자는 다시 왕권을 되찾고 엄청나게 아름다운 신조형으로 등장했다. 묘강 만세!
북경왕의 퇴은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또 울컥울컥했다. 금광에서 잘하는 것 중 하나인 '이 세상에 절대 악이나 절대 선이 어디있음? 알고보니 이 놈도 불쌍한 놈, 상황이 달랐으면 그러지 않았을 놈' 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는 에피소드였다.
묘강 왕실 내란 스토리를 얼른 정리하고 달마금광탑이나 묘강 왕실 신세력에 촛점을 맞춰야 했던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여폭군이나 여림(茹琳) 스토리를 너무 급하게 정리한 부분은 좀 아쉬웠다. 특히 여폭군 스토리는...카싼님 표현을 빌자면 '아내의 유혹 마지막 화' 같은 마무리. 이미 북경왕 퇴은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까지 그렇게 잘 보내줄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 1. 알고 보면 불쌍한 여림. 봉접한테 시비거는 장면은 좀 웃겼다. 출처는 금광페북)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돌아온 후 세웠다는 달마금광탑은 스토리 전면에 나서서 마세와 대항하기 시작했다. 달마금광탑의 두 화상인 금강존과 보제존이 스토리 중심에 나서기 시작했고 금뢰촌에 봉인되어 있던 백교(白蛟 뿔이 없는 용, 전설 속의 동물)인 금연하(锦烟霞)가 봉인에서 풀려 등장했다. 천년 동안 살아 온 유서 깊은 유괴인데 비오는 날 만난 린족 청해선(青奚宣)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이후 청해선의 배신으로 금뢰촌에 100년 동안 봉인 되어 있었다...는 산해경이나 요재지이에 나올 법한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이다. 이 때 불가의 고승 법해대사가 달마대사의 법보인 자금발(紫金钵 보라색 바리때, 밥그릇)으로 금연하를 봉인했고 초여래가 이 법보를 찾는 과정에서 봉인이 풀리게 된 것.100년 동안 봉인되었다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화가 치밀 수 밖에... 금연하는 불문과 린족에 복수를 하려고 나섰고 마찬가지로 법문과 한판 붙어야 하는 육세마라와 그 동료들과 잠시 손을 잡고 달마금광탑을 치러 나섰다.
(사진 2. 백교 금연하. 이 언니는 목소리가 정말 상냥하다. 지금 보는 마륙혈전에서는 보제존과 알콩달콩하는 중/ 출처는 상동.)
금연하를 배신한 청해선과 보제본은 얼굴과 목소리가 똑같고 금연하를 봉인한 법해대사는 린족 사상 욕성이와 외모와 목소리가 똑같은 상황. 청해선은 심지어 욕성이의 백조부(큰할아버지)였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린족이던 전 남편은 승려로 환생하고 웬수인 승려는 린족으로 환생한 상황이다. 사실 이게 정말 환생인지는 그냥 우연히 얼굴이 닯았을 뿐인지는 정확하게 설명이 없는 듯. 적어도 금연하는 남편놈은 중이 되고 웬수놈은 남편네 종족이 되었네......썩을 세상...하는 중.
금연하와 보제존, 린족 사상인 욕성이의 관계는 전래동화나 판타지 보는 것 같아서 이 시리즈에서 무지 마음에 든 부분 중 하나였다.
마세 세력은 수 읽기에 실패해서 달마금광탑과 흑수성에게 선수를 빼앗겼고 육세마라는 달마금광탑을 치러 갔다가 도리어 매복하고 있던 설산은연&검무극과 한판 붙게 된다. 이 과정에서 또 사씨 집안의 그지같은 운명 이야기가 나오고...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고... 하아...
육세마라가 천하를 통일하려는 이유는 결국 잦은 분란과 전쟁이 지긋지긋하다. 세력 하나가 다 통일해 버리면 분란이 일어날 일도 없을 것이다. 시제(진시황제)와 마계 황제가 천하를 통일했었지만 지금 아무도 안 나서면 걍 내가 하고 만다.
소공이 그동안 분쟁이나 분란에 이리저리 이용당한 아픔이 느껴져서 기분이 참 거시기했다... ㅜㅜ
전에 흑백랑군과 망중인은 오래 산 부부같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오래 산 부부 사이에 육세마라가 껴들었다. 망중인이 육세마라를 위해 흑백랑군에게 굴복하는 장면도 근사했고 육세마라 업고 뛰댕기는 장면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흑백랑군이 이걸 제 눈으로 봤더라면...상상만 해도... 이야...
그리고 행화군, 명의의 죽음.
벽력은 물론 금광을 한참 보다 보니 시시한 퇴은보다는 차라리 장절하게 멋지게 저 세상으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장절하고 멋진 퇴은은
1) 몇 화에 걸쳐 그 캐릭터의 죽음을 암시한다.
2) 자기 희생이나 대의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욕실에서 비누 밟고 넘어져 죽는 그런 구슬픈 운명은 포함되지 않는다.)
3)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의 죽음을 함께 지키거나 애도한다.
4) 죽는 과정이 좀 끔살이어도 나름 시각적인 효과가 있으면 괜찮다.
4) 장례까지 성대하게 치르면 더 좋다.
5) 죽은 후에도 그 캐릭터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며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잘 죽은 캐릭터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생각나는 캐릭터는 검군십이한, 경해조, 단멸천제(시각적인 이미지가 너무 세긴 했다.ㅜㅜ), 미야모토 사부, 묵창리, 명의, 용전팔황 소루용숙(아무튼 장례식은 잘 치렀으니 ㅋㅋ) . 돌이켜보면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는 경해조였던 거 같다.
스토리가 급진전 되는 과정에서 1+1으로 죽거나 기천제의 난 같은데서 대량 학살로 죽거나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퇴은하고 쟁여놓은 캐릭터 없으면 수시로 끌려나오는 것보다 그냥 아름답고 멋지게 장절하게 퇴은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 궁하면 자고 있는 정창랑 끌려나와서 어울리지도 않는 스토리 안에서 버벅대다가 끔살당할까봐 그러는 건 아니고...아무튼 명의의 죽음도 미련이 남지 않는 매우 깔끔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저 세상에서 묵창리 만났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
(사진 3. 팬 투표에서 신부감 1위를 차지한 행화군. 명의. 좋아한 캐릭터였는데 ㅜㅜ 출처는 상동)
묵가의 인물인 현지현은 중원을 장악하고 전면에 나서서 마계 잔존 세력을 축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참...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이전에 벽력서 귀각신지와 한부봉과 협장무의를 씹은 적이 있는데 현지현에 비하면 이 사람들은 나름 사연이 있는 괜찮은 놈들이었다. 나쁜놈 탑 오브 탑에 삽시간에 오른 현지현... 대단하다! 현지현을 욕하면서 중국과 타이완이 양안 문제를 떠나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얘를 욕하다 보면 3차 국공합작도 가능할 거 같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이룰 수도 있을 거 같다.
(사진 4. 현지현. 딱이 코멘트 붙이고 싶지도 않다. 출처는 상동)
전에 쓴 포스팅을 보니 5월 23일에 검영마종 관련 포스팅을 올렸는데 딱 한달 만에 검영마종, 마륙혈전을 끝내고 묵무협봉10화까지 해치웠다. 금광의 몰입도는 참으로 금광스럽다! 아...눈부셔...
'본편 스토리 정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기풍운의 끝, 도검춘추의 시작 (0) | 2016.05.21 |
---|---|
우산 같이 쓰시겠어요? (0) | 2015.06.24 |
마륙혈전 외 이것저것 2 (6) | 2015.06.05 |
마륙혈전 외 이것저것 (2) | 2015.06.03 |
사람 미치게 만드는 금광의 몰입도 -스포 팍팍!! (4) | 2015.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