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제존 일보선공과 백교 금연하의 스토리가 끝이 났다.
뭐 보다가 잘 우는 편이긴 한데 어제는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서 펑펑 울고 난 후에도 하루종일 그 기분에 빠져 있었다.
봉인된 요괴와 속세를 모르는 승려의 사랑.어찌보면 무척 뻔한 원형에 가까운 스토리지만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꼼짝없이 당하게 만드는 건 금광포대희의 스토리와 연출력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금연하와 보제존의 이야기만 따로 떼 놓고 보아도 스토리가 독립적이고 완성도가 있을 정도로 정말 잘 짠 스토리였다. 최근에 본 금광, 벽력 통틀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스토리였던 것 같다. 감천궐과 창랑 이야기도 무척 좋았지만 이쪽은 좀 완성도가 거칠거칠했다면 보제존/금연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 민간 설화인 '백사전(白蛇傳)' 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하다.
백사전은 천년 동안 살아 온 백사와 선비 청년이 생사윤회를 뛰어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고 우리나라 장화홍련 급인 이야기라서 경극, 연극, 영화는 물론 포대희로도 나온 적이 있다. 마침 유심히 보고 있는 금응각 포대희에서 지금 백사전을 하고 있다. 보고 싶...ㅜㅜ
(사진 1. 보제존. 오른쪽은 본편에 1분도 안나오지만 西湖斷橋版 서호단교판으로 공사우가 따로 나왔다. 출처는 금광페북)
무튼 백사전 스토리에 등장하는 승려 이름도 법해 대사이다. 금광 포대희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듯. 백교전설이라는 책이 널리 읽히고 있고 육세마라도 금연하를 처음 보고 오오... 유명인! 연예인!! 하고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100년 전에 백교 금연하와 린족 청년 청해선이 사랑에 빠지는 것 까지는 백사전과 같았는데
금뢰촌에 재해가 발생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재해를 몰고 온 것이 금연하였다고 생각했고 고승 법해 대사에게 금연하를 봉인해 달라고 의뢰한다. 그리고 금연하를 불러 내 약이 든 차(술일지도...)를 마시게 한 사람이 바로 청해선이었다.
법해대사는 금연하를 봉인한 후 시간이 흘러 산 채로 입적해 몸 전체가 사리인 육신사리가 되어 달마금광탑을 지키는 법보(불교의 보물)이 되었고 청해선은 그 이후 행적이 언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100년이 흘러서... 금연하가 봉인에서 풀려난 후 남편인 청해선과 얼굴이 똑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달마금광탑의 삼존 중 한명인 보제존 일보선공.금연하는 보제존이 청해선 본인이거나 환생한 모습이라고 굳게 믿고 처음부터 보제존에게 적대적으로 군다.
한편 보제존은 마세 문이 닫힌 후 중원에 남은 마족들을 찾아 달마금광탑 보호 아래 두려고 애쓰는 중. 금연하 역시 마족이기 때문에 금연하도 달마금광탑으로 데리고 가려고 설득하다가 행동을 같이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돕고 사랑이 싹트게 된다.
금연하가 너와 같이 다니겠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해.라고 말하고 보제존은 그러겠습니다.라고 승낙하면서 요괴와 승려의 로드무비가 이어진다.
보제존의 마족 구제 계획에 모든 중원인이 찬성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고 현지현을 중심으로 한 상동회는 아예 대놓고 반대하고 있으며 심지어 달마금광탑 안에서도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다. 그리고 금연하가 앞뒤 안가리고 살육을 일삼는 바람에 린족 사상 욕성이의 분노를 사게 된다. 분노한 욕성이가 얼마나 정말 집요하고 무서운지 보면서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전생에(금연하는 그렇게 믿고 있음) 자기를 봉인한 승려는 다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100년 전 상황이 똑같이 리플레이 되는데 이 부분 스토리가 정말 유기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진다. 이 스토리 쓴 작가는 끝내놓고 엄청 뿌듯했을 거 같다.
욕성이, 상동회, 천문(달마급광탑) 3 세력에게 공격을 당한 보제존과 금연하는 처음 스토리가 시작된 금뢰촌으로 피신하고 금뢰촌 무녀는 이 둘을 처음 금연하가 봉인되어 있던 땅 밑에 숨겨준다. 하지만 블러드하운드보다 더 집요한 욕성이가 이 둘을 찾아낸다.
금뢰촌은 지하에 지세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거대한 수맥 위에 세워진 마을인데 사실 금연하가 땅 속에 봉인되어 있는 동안 자의는 아니지만 이 수맥을 누르고 있었던 것. 금연하가 봉인에서 풀려난 후 마을에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봉인이 풀린후 수맥을 억누르는 힘이 사라져서 벌어진 일이었다. 금연하가 봉인에서 풀려난 후 달마금강탑에 있던 육신사리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 당시 마족이 한 일이다, 영문을 모르겠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게 또 식스센스 양 싸다구를 후려지는 반전이었다.
육신사리가 된 법해대사가 자기 의지를 가지고 금뢰촌의 땅속으로 들어가 수맥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 하지만 육신사리의 불력으로도 수맥을 막을 수 없었고 금뢰촌은 물론 수백 리의 마을이 다 수몰될 위기에 빠진다.
금연하는 보제존을 끝까지 청해선이라고 부르면서 나를 사랑했냐고, 왜 배신했냐고 오열하는데 보제존은 나는 청해선이 아니다. 나는 일보선공이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무렵 얼굴 벌게서 크리넥스 뽑으면서 눈물콧물 다 쏟고 있었다......
욕성이는 금연하를 봉인해서 수맥을 억누르려고 하고 금연하도 자기를 봉인하라고 하지만...
보제존은 무너져가는 육신사리를 대신해서 지맥을 누르고 금연하와 욕성이를 지상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엔딩은 이 장면
비가 오고 금연하는 비를 피하려고 달려간다.
그때 누가 우산을 내밀면서 같이 쓰자고 말한다.
"저는 금연하예요."
"저는 일보선공입니다."
(사진 2. 출처는 바이두 이미지. 정말 멋진 완결이었다.)
눈물나 죽을 꺼 같은데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운이 도통 가시지 않았다.
묵무협봉 12화를 보고 난 후 이제 13화를 봐야 하는데 워낙 남아있는 여운이 강해서 13화를 틀 엄두가 안 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지현이 초여래 괴롭히는 거 봐야 해서 오늘 안에 틀긴 하겠지만...
무튼 황대협, 금광 땡스입니다. 묵무협봉 딥디 나오면 꼭 사겠습니다! 공사우랑 굿즈도 사겠습니다! 금광 간바레!!!
추가: 묵무협봉 13화 이후 추가로 알게된 내용
보제존과 금연하의 로맨스에서 100년 전 청해선은 땅 속에서 벌어지는 이변을 알고 법해대사와 손을 잡고 금연하를 봉인한 것. 이변이 벌어진다, 저 여자 때문이다! 가 아니고 금뢰촌과 해경에 이변이 벌어질 것이다. 알고 봉인한 거였다. 음... 으으음... 청해선은 죄책감에 나중에 승려로 태어나 이 업보를 갚겠다고 했고 아마 일보선공이 청해선 환생일 가능성이 본편에 나온다. 일보선공이 육신사리가 되어 지맥을 막은 후 마하존과 함께 땅 속으로 들어가서 그 모습을 본 금연하는 내세에는 내가 출가하겠어. 그래서 일보선공의 윤회업보를 망치지 않을 거야. 뭐 이런 말을 한다. 본격 - 모두가 출가하는 시리즈가 되어서 슬픈 와중에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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