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나쁜 남자한테 걸려서 인생이 꼬인 여인네의 회고담 같은 제목이 되었다.
몰 플랜더즈 같은 17,18세기 영국 소설 제목이 딱 저렇다. 몰 플랜더즈는 '매춘부 몰 플랜더즈의 행운과 불운' 이 정도지만 통속 소설의 경우는 '아름답고 순결한 앤의 타락과 고뇌, 그리고 회개', '가난한 세탁부 수잔느의 인생. 세 번 결혼과 불행과 유배와 타락' 이런 게 제목...
17,18세기 소설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후딱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한 놈한테 네번 덕통당한 기구한 팔자와 그 사연'
PC통신 시절부터 덕질하면서 덕통이야 수도 없이 당했고 덕통이 없으면 왕복 10차선 도로에 가서 드러누워 날 좀 치고 가! 하는 덕질로 점철된 인생살이였는데 꽤 오랜 덕질 인생 동안 한 놈한테 네번 치인 건 처음이다.
물론 중간중간 검무극이 렉서스로 치고 지나가고 정창랑이 책 운송 트럭으로 치고 지나가고 욕성이가 수산시장 활어차로 치고 지나가긴 했지만 가장 거하게 치고 그 후유증도 오래간 건 역시 소환진이었다.
이 놈이! 바로 이 놈이!! 나를 다섯 번이나 치고 간 그 원흉이다.
아이고...아이고오오........
(사진 1. 사람을 네번이나 치고 간 그 흉악한 놈. 출처는 공홈. 지금 보니 볼 되게 빵빵하다. )
이 흉악한 놈을 처음 만난 건 모처에 걸린 유튜브 링크 '병갑용흔 오프닝 행' 이었다. 이 영상 보기 전까지는 아, 나 이거 아는데 성석전설 그거잖아. 오, 이게 계속 나오는구나. 우와, 캐릭터들 미형이네. 하면서 딴 분들 실시간으로 탱크 로리에 치이고 SUV에 치이고 덕통당하는 거 팝콘 씹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는 어머, 저 분들 치이고 있어... 어째...이러면서 볼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헌데...
병갑용흔 오프닝을 무심히 보다가 중간 간주 부분에 소환진 나오는 거 보고 잠시 멈칫했고 잠시 후 일혈서가 소소 보관 날려버리는 거 보고 어라, 이건 뭐지? 싶었고 마지막 소환진 앞에서 일혈서 마화하는 거 보고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잠시 정지 상태였다. 생각해 보면 이때 몬스터 트럭이나 포크레인이나 길에 아스팔트 까는 뭐 그런 거대 장비가 치고 지나가 잠시 의식불명 상태였던 건데 이땐 몰랐다. 그리고 일주일 꼬박 소환진 검색 때리고 영상 모으고 사진 뒤지고 다니다가 그제야 내가 지금 고속도로 로드킬 고라니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절친이라는 R모씨는 구급차는 안 부르고 타이완행 항공권과 숙소를 잡아 주었고 그 이후 돌아올 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병갑용흔 오프닝 行 여기서 行은 '가다'가 아니라 '하다'의 의미. go가 아니고 do. 출처는 https://www.youtube.com/watch?v=vPrtvvSTawY&list=PLe7qslmZ6cu92rOxfKXmLzJIqVGrKjhw7)
사실 이 오프닝은 일종의 낚시라서 소환진이 본편에 저 옷 입고 나오지도 않았고 마화 일혈서와 자주 마주치지도 않고 마화일혈서는 생긴 게 저래서 그렇지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오프닝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이젠 완전히 손 털었다고 생각한 삐리리 연성도 막 하고 약간 하이한 상태로 한 서너 달을 보낸 것 같다.
보통 캐릭터에 덕통을 당하면 그 캐를 디립다 파다가 잠시 현타도 오고 다른 장르가 껴들기도 하면서 다른 캐릭터로 옮겨 타거나 잠시 휴지기를 갖느라 처음 덕통 당한 순간의 그 강렬함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덕질하기 마련이다. 애니의 경우 4쿨 끝나고 인기 있으면 극장판 나오고 영상물도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초반 덕통의 충격에서 벗어나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벽력과 요즘같으면 금광 포대희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던게 문제였다.
말하자면 타이타닉이 충돌한 북대서양해 빙산 같은 놈이었다. 드러난 부분도 작았고 충돌한 부분도 크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그 속에 무지무지무지 크고 숭악한게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장르의 무서운 점은 휴지기가 없고 매주 계속 나온다는 점이다. 금광의 경우는 그래도 새 시리즈 나올 때 3주 정도 휴지기를 갖지만 벽력의 경우 아무리 스토리가 산으로 가도 꾸준히 매주 시리즈를 발매한다. 내 살다살다 이런 숭악한 장르는 처음 본다.
그리고 소환진...이 놈이 정말 무서운 게 2,3 시리즈 텀으로 조형이 바뀐다.
이번에는 노란 옷을 입었다가 이번에는 흑발을 했다가 이번에는 핑크색을 입었다가 조형과 복장이 바뀌니 매번 이 놈한테 낚일 수 밖에 없다.
처음 소환진한테 치이고 헤롱헤롱 정신을 못차리다가 아... 덕질도 밥은 먹고 해야지. 하고 부수수 일어나 전기밥솥에 밥을 앉치는데 이 놈이 또 치고 지나갔다. 하얗고 아름다운 차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밥 하는 사람을 치고 지나간 그 놈.
(사진 2. 통칭 지자 소 智者 素라고 부르는 조형. 약사와 상의없이 야매로 약 먹고 휴유증을 호되게 앓는 중)
병갑용흔에서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상황이라 추송암이라는 작은 동굴에서 은거중인 모습이다. 일단 핸디캡을 안고 있어서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행동거지가 조심조심 얌전얌전해서 그 참한 모습에 또 다시 덕통당하고 말았다. 얘가 눈도 안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데 일혈서가 추송암 쳐들어가서 막 이래이래 하고 저래저래 하는 망상을 꿈꿨지만 본편에서는 둘이 만나지도 않는다. 대신 엽소채랑 둘이 좀 애틋한데 이 얘기는 나중에...
이 덕통이 꽤 셌기 때문에 내장도 좀 튀어나왔던 것 같다.
흘러나온 내장을 주섬주섬 주워담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이 무렵 거하게 현타가 온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소소 버닝은 잠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라고 생각했다.
이제 괜찮아... 내장도 다 집어 넣었고 상처도 봉합했어. 마데카솔 바르면서 회복기에 접어든 그 때 또 한번 거한 덕통이 있었으니... 이놈... 시간성 산발.
(사진 3. 시간성 산발 버전. 시간성에서 거하게 다쳐서 휴양중인 모습으로 포니테일에 얼굴도 갸름하다.)
이 버전에 심하게 꽂히는 바람에 우리집 리유 쨔응도 이 버전으로 데리고 왔다. 문득 지자판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사진 4. 우리집 4호 리유 쨔응. Pwe목우점 사장님이 떡벌어진 어깨를 좋아하시다 보니 소소 어깨 케이프 부분까지 다 와이어를 넣어주셨다. 그래서 어깨를 좀 눌러서 꺼뜨려야 할 정도로 몸이 좋다. )
이 버전도 몸이 아파서 머리 풀고 요양하는 버전이다. 내내 앓고 난 후 금삐까 돈벼락 맞은 부잣집 도련님 버전으로 컴백한다.
다시 흘러나온 내장을 얌전히 수납하면서 이제 더이상 소소에게 덕통 당할 일은 없어. 세번 당했으면 충분해...되뇌였다. 그리고 약 2년 정도는 이 숭악한 놈이 그닥 취향이 아닌 도련님 버전으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오래간 만에 평화롭고 안정적인 마치 산사의 아침같은 고요한 덕질을 즐길 수 있었다. 또 이 무렵에 정창랑이 급격히 치고 올라오고 금광 덕질을 세차게 했던 탓도 있다.
더이상 똑같은 놈에게 덕통은 없어. 내 덕질은 만사형통에 고양이 앞발처럼 보들보들할 거야. 생각했던 그 무렵.........이 숭학한 놈이 다시 까만 세단을 몰고 인도로 걸으며 아이스크림 빨면서 쇼 윈도우 너머 욕성이 잘생겼다...구경하던 나를 쳐버렸다.
(사진 5. 소환진 회춘 흑발 산발버전. 얼굴은 갸름통통하고 머리는 흑발이고 미칠 듯이 취향인 조형 ㅠㅠ)
한 놈한테 네번 치였다고 하면 이건 거의 보험사기라고 봐야 할 거 같다. 자동차 보험에서 조사 나올 퀄리티다. 소환진 팬들이 왜 10년 넘게 꾸준히 팬질하는 지 그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이 전배들도 실은 2,3년마다 한 번씩 똑같은 놈한테 덕통당하면서 몸도 통장도 너덜너덜해진 채 덕질하는 거였다. 소환진 팬덤이 가장 크고 집결도 잘 되는 이유도 숭악한 놈한테 걸려 악으로 깡으로 덕질하기 때문인 것 같다. 왜 하필 이런 숭악학 놈한테 걸려서...ㅜㅜ
근데 생각해 보니 전부 다 산발이나 반 산발 버전... 소소가 산발만 하고 나오면 그때그때 홀랑홀랑 넘어가는 건지도. 포대희 덕질도 3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덕질할 수 있는 건 이 숭악한 놈이 잊을만 하면 치고 지나가고 금광이 엄청 재미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상 같은 놈한테 4번 덕통당한 팔자 기구한 녀인의 넉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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