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랑야방 54화를 전부 보고 끝냈다. 

그리고 이게 그냥 아...재미있었다...오빠야가 잘생겼다. 다음에 또 뭐 나오는거 없나?로 넘어가기에는 좀 무게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1. 출처는 시나 오락. 기자회견 장면으로 보임) 



과거에 모함으로 억울하게 인생을 망친 사람이 얼굴이 싹 바뀌어 복수한다 하는 모티브는 사실 동서양 불문 널리고 널린 소재이다. 이런 스토리의 원조격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그렇고 우리나라를 보자면 아내의 유혹이 이런 스토리이다. 



처음에 랑야방을 보면서 그러니까 이건 중국판 몽테크리스토 백작이군. 하면서 본편을 보기 시작했는데 편을 거듭할 수록 몽테크리스토 백작 과는 또 달랐다. 

중국 무협의 세부 카테고리에 강호은원 江湖恩怨 그러니까 은혜와 원한 갚기가 아예 따로 있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1

강호에 사는 소환진네 아빠가 장날에 고등어 한 손 사러 나간다. 아빠가 맛있는 고등어 사다 줄게. 아빠, 기다릴게요. 고등어 신난다~ DHA~ 등푸른 생선~~ 하고 신나하는 소환진 클로즈업. 그런데 고등어 사오던 소환진네 아빠는 고등어 들고 오다가 고등어 짠물을 지나가던 무림 고수에게 뿌리게 됨, 둘이 티격태격하다가 운 없게도 고수가 소환진네 아빠를 죽임. 

옆에서 보고 있던 굴세도가 아빠 시신을 업고 돌아와 상황을 증언해 줌. 소환진은 고등어 노끈을 이마에 질끈 묶고 복수를 맹세. 


#2 소환진이 물어물어 찾아가 그 고수를 죽임. 근데 그 고수에게는 아주 어려서 거둔 애틋한 제자가 하나 있음. 제자는 엽소채라고 하기로...엽소채는 사부가 죽은 걸 알고 분노해서 소환진에게 복수하러 감. 소환진에게 복수하고 죽이고 돌아옴. 근데 마침 소환진에게는 우정을 맹세한 음...일혈서라는 친구가 있음. 일혈서는 친구의 복수를 하러 마화해서 엽소채를 죽이러 감. 소환진의 복수를 함. 근데 엽소채에게는 예전에 다리 부러진 걸 고쳐 준 제비가 한 마리가 있었음. 제비는 분노해서 일혈서 머리에 큰 돌을 던져 죽임. 하지만 일혈서에게도 애지중지하는 양익이라는 새가 있었음. 양익이는 분노해서 제비를 죽임... 바뜨... 제비에게는 일곱 마리의 새끼 새들이 있어서 새들이 편대 비행으로 양익이를 죽임...이쯤되면 독자나 시청자들이 고만해! 이 미친 놈들아~ 하는 경지에 이름. 



랑야방 역시 처음에는 복수하고 또 복수하고 은혜를 갚는 강호은원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이게 평범한 스토리가 아니구나, 꽤 속이 깊구나 느꼈다. 

써글 세상 복수하겠어! 가 아니고 대량학살 생존자가 그 원인과 사건 당시 범인을 밝혀내는 말하자면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만들기 하는 스토리였다. 



주인공 임수나 정왕의 목표 역시 그 때 나쁜 짓 한 놈들을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복수다!! 이게 아니고 매령에서 억울하게 죽은 7만명의 원혼을 달래자. 이다. 

목표가 복수가 아니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이다 보니 사건 범인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비참한 결말을 강조하는 자극적인 연출이 배제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모든 일의 원흉 하강의 최후 역시 그동안 벌인 짓이 비하면 담담하게 처리되고 진반약의 최후 역시 두루뭉실하게 처리된다. 사실 이런 부분이 스토리를 더 세련되고 정갈하게 보이게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한 거 고대로 갚아주마! 가 아니라 대량학살의 진실을 밝혀내고 복권시킨다... 라니 정말 대승적인 테마를 담은 드라마 아닌가. 이런 테마를 다룬 소설을 쓴 하이옌이라는 작가의 필모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찾아보니 프로필 자체가 상당히 두루뭉실하다. 알려진게 별로 없는 듯. 랑야방의 경우 일본 유학 당시 소설을 연재했다고만 써 있다. 

최근에는 곽건화, 랑야방에서 정왕 역을 맡았던 왕카이가 나오는 중드 他来了,请闭眼 그사람 왔네요, 눈 감아요 각본을 썼다고 한다. 



(사진 2. 곽건화 오빠 새 드라마 他来了,请闭眼. 출처는 바이두 백과)  



무튼 우정 각본의 자극적 일색 드라마 보다가 이 작가의 드라마 보니 참 정갈하고 군더더기없고 수려하고 좋았다. 



랑야방 다 봤는데 금광 신 시리즈는 다음주 수요일부터 시작인데 그동안 뭐하나..ㅜㅜ 

그냥 본편 재주행이나 해야겠다. 



Posted by inaba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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