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인 R모씨의 타이완 여행 정보책에 넣기로 하고 쓴 글인데 분량과 책 컨셉 문제로 출간본에서는 삭제된 원고임. 그냥 두기도 아까워서 내 블로그에나 쓰기로...
포대희 (布袋戲 푸따이시)는 타이완 민속 예술로 인형의 머리에 손가락을 넣어 조종하는 인형극이다. 17세기 명나라 말기에 중국 푸젠(福建 복건)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지역 주민들이 타이완으로 이주하면서 타이완에 전해졌다. 인형의 머리와 손은 목제이며 그 외의 몸 부분은 천으로 만들고 연출할 때는 손을 인형 의복 사이로 넣어 조작한다.
(사진 1. 현대 포대희 목우. 벽력 포대희의 주인공 소환진의 두 가지 버전)
포대희라는 이름 한자를 풀면 布袋 천으로 만든 자루+ 戱 놀이 희가 된다. 인형극을 상연하는 무대가 검고 커다란 자루 모양이라 포대희라고 불렸다는 설과 천으로 만든 자루 인형 놀이라서 포대희라고 부른다는 두 가지 설이 양립하고 있다.
인형 몸에 손을 집어넣고 상연하는 인형극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으며 이런 인형을 통틀어 퍼펫(Hand Puppe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인형 일부도 포대희 인형과 같은 인형에 손을 집어넣어 조작하는 퍼펫이다.
(사진 2. 벽력 기환무협세계 포대희 목우 전시. )
포대희 초창기에는 절이나 도교 사원 앞에서 하는 종교극의 형태가 많았지만 이후 중국의 전래 소설이나 서유기, 봉신연의 등의 소설을 토대로 연극을 만들면서 점점 장르가 확장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국민당 정부 집권을 거치면서 민남어(타이완에서 쓰는 복건 지역 방언)사용 금지, 야외 공연 금지 등 여러 가지 제약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타이완 포대희 제작자들은 위기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1970년대 타이완 전통 포대희 가문의 3대 계승자인 황쥔슝(황준웅 黃俊雄 1933-)은 ‘운주대유협 사염문’이라는 무협포대희를 TV용으로 각색해서 TV를 통해 포대희를 선보였다. ‘운주대유협 사염문’은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고 타이완에서 97%라는 최고시청율을 기록했다. TV방송이 학생이나 사회인의 무단결석이나 결근을 초래했으며 1974년 6월 16일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타이완 정부는 TV 포대희 방송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진 3. 운주대유협 사염문의 제작자 황쥔슝의 라이브 공연 모습)
황쥔슝의 ‘운주대유협’이 방송금지 처분을 받게 되면서 타이완 포대희는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많은 인형극 공연자들이 극단을 떠났고 극단도 문을 닫았지만 황쥔슝의 아들인 황치앙화(黃強華 1955-)와 황원저(黃文擇 1956-)는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포대희 비디오 시장을 새로 개척해 낸다. 이 둘이 만든 시리즈가 현재 타이완 포대희를 대표하는 벽력포대희 (霹靂布袋戲) 시리즈이다. 처음에는 렌탈 비디오 시장을 통해 포대희를 선보였고 이후 케이블TV에 진출하여 ‘벽력위성방송국(혹은 대벽력)’을 통해 제작한 영상물을 송출했다.
(사진 4. 벽력 포대희 목우 전시 )
2001년 극장용 포대희 ‘성석전설(聖石傳說)’을 만들어 타이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포대희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성석전설은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후 개봉하기도 했으며 일부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DVD로 매체가 바뀐 이후에는 패밀리마트나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을 통해 매주 나오는 영상물을 DVD로 판매하고 있다.
사염문을 대신하는 주인공으로 문과 무를 겸비한 남자 주인공 소환진(素還真)을 만들어 내 큰 인기를 끌었다. 전통 포대희 인형보다 크게 제작된 인형은 아름다운 조형과 화려한 복장으로 전통 무협 장르에 관심이 없던 여성 팬들도 끌어들였고 동인지나 코스튬플레이 등을 통한 팬들의 참여도 늘게 되었다.
(사진 5. 벽력포대희 관련 상품들)
타이완 포대희는 타이완의 역사와 함께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이완의 예술 장르이다.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해나가면서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완 여행을 가게 되면 케이블 TV(11번 대벽력 채널)에서 하는 벽력포대희를 보거나 편의점에서 파는 벽력포대희 팬시 상품을 볼 기회가 종종 있을 것이다. 타오위안 공항 D7번 출국장 근처에도 벽력포대희 관련 전시가 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이라면 귀국길에 여기 들러서 전시된 인형을 보는 것도 독특한 여행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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