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전설이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의 영화제에 초대되고 인기를 끌면서 이 당시 벽력 공사에서 해외 진출을 잠시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성석전설은 일본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성우 더빙이 매우 화려했던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고야스 다케히토, 세키 도모카즈. 미키 신이치로 등등 요즘 같으면 대사 한줄 단위로 돈을 버는 거물급 성우들이 대거로 참여해 극장판 성석전설 더빙을 했습니다.
일본은 더빙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매체를 더빙해서 들여오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미드 붐, 중드 붐 이런게 아니더라도 꾸준히 대만, 중국 영상물을 가져가 더빙해서 DVD로 판매했는데 이런 장르 중에 무협 장르도 솔솔찮게 보입니다. 일본은 무협은 크게 힘을 못 쓰는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무협 장르를 수입해서 더빙해서 판매한 경우가 매우 많더군요. 무협 드라마를 DVD로 사 모으는 일부 그룹이 이미 있었고 성우 팬들도 있었고 불가리아나 러시아 애니메이션 등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 팬들도 이미 있었기 때문에 벽력의 일본 진출은 매우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초반에는요
일본의 벽력 팬들 중 상당수가 성석전설을 보고 시작한 분들이 많고 일부 다른 장르로 떠나고 접기도 했지만 여전히 남아서 활동 중인 분들도 있습니다. 2002년 전후로 성석전설이 인기를 끌면서 벽력 공사는 일본을 대상으로 독특하다면 독특하고 생각없다면 생각없는 마케팅을 시작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드라마 cd입니다.
드라마 CD는 일본의 서브컬쳐 중 하나로 성우가 더빙한 드라마를 CD로 제작해서 판매하는 방식이죠. 인기 애니메이션의 외전이 될 수도 있고 소설이나 만화를 드라마 CD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고 성인 대상의(특히 여성 취향) 내용을 수록해서 담기도 합니다.
벽력 인형극을 드라마CD로 담는다라... 일본 아니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괴작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게다가 벽력은 1인 구백 시스템입니다. 혼자서 모든 더빙을 다 하는 포대희 전통에서 성우가 더빙을 한 드라마 CD는 생각도 못한 미디어믹스입니다.
요즘같으면 일본에서도 이런 것 안 만들 겁니다. 그쪽도 경기가 별로 안 좋고 덕질 쪽 서브컬쳐도 많이 수그러들었죠.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가득하고 한일 양국이 반짝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좀 풀어던 무렵입니다. 벽력의 인기, 성우 붐, 2002년이라는 시대 상황이 겹쳐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이 물건입니다.
짜잔... 얼마 전에 일본 사는 친구를 통해 라쿠텐 중고로 득템한 성석전설 외전 벽력쌍성전.
표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1편은 흑백 강한 그라데이션을 준 좀 예술적인 표지인데 반해 2편은 애니메 그림체의 표지입니다. 1편은 중고 가격이 싸요. 200엔 정도 준걸로 기억합니다. 반면 2편은 한 1000엔 정도? 가격 차이가 다섯 배입니다.
여기서 선무당. 1편을 많이 찍었다. 헌데 장사가 생각보다 안 되서 재고가 많이 남았다. 제작자들은 고민한다. 왜 안 팔렸을까? 표지가 너무 아트라서? 이미 떠안은 재고는 어쩌지? ㅠㅠ 해서 2편은 좀 팔릴것 같은 아니메 표지로 내 놓고 발행 부수를 팍 줄입니다. 1편의 1/5 정도 양으로... 십여 년이 지난 후 1편은 200엔에 중고 거래가 되고 2편은 1000엔에 중고 거래가 형성. 끝...선무당이긴 한데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업종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일 할 때 저도 이전에 이렇게 시리즈 컨셉 바꾸고 표지 바꾸고 한 적이 있어서...ㅠㅠ
이건 그냥 개인적인 기호인데 저는 어떤 고유의 문화가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가 변하고 그 나라 로컬의 무엇으로 변하는 것을 무지무지무지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중국의 박쥐 문양이 유럽으로 건나가 나비 문양이 된거라든지 중국의 모란꽃을 양파라고 오해해서 크고 아름다운 양파 문양이 나오게 되는거라던지 엄청 진지한 이슬람 축제가 자메이카로 건너가면서 올레! 축제다 로 변질되는거라던지 뭐 이런거요...
어떤 문화가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가 변질(...)되거나 그 지역 로컬화 되는 것을 무지하게 좋아하기 때문에 벽력의 첫번째 로컬라이징인 이 드라마 CD가 정말정말 궁금했습니다.
물론 이전에 벽력 도등을 일부 편집해서 일본어판으로 판매하긴 했지만 이 경우는 로컬라이징이 아니라 그냥 수입판매죠. 일본인이 벽력 포대희를 대충 시놉이나 좀 보고 각본을 쓰고 그 당시 인기 성우들이 총동원 되어 나온 이 물건을 어찌 안 사고 버틴단 말입니까.전 그리 못합니다.
요즘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라 드라마 CD는 첫 번째 장만 듣고 두 번째 장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드라마 cd가 노동 BGM으로 듣기에 좋은 물건은 아니라서 말이죠.
일단 첫 번째 장을 들어본 감상은.... 무지무지무지하게 웃기다는 것.
CD를 사다 주신 모 님은 벽력은 전혀 안 보신 분인데 잠시 틀어 보고 엄청 뿜었다고 하시더군요. 벽력의 시호 읆고 멋진 대사 날리고 폼 잡는 그런 분위기들은 걍 후까시로 승화되었습니다. 듣다 보면 어찌나 폼을 잡아대는지 웃겨서 죽어요. 폼,폼,폼 오로지 폼입니다.
그리고 꺄삐꺄삐한 왈가닥 소녀 캐릭터의 등장...이 소녀한테 질질 끌려다니는 무림 영도자 소칸신... 소년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세키 토모 세요(청양자) 하필 이때 세키 토모카즈가 한참 열혈 소년 연기하던 때라 세요는 걍 점프 계열 남자 주인공 같습니다.
자세한 감상은 나중에 발등의 불 좀 끄고 다시 올리도록 하죠.
주인공 이름을 일본어 식으로 읽기 때문에 색인이 없으면 이게 누구여 싶어집니다.
코야스, 세키토모, 가미야 히로시.미키 신이치로, 세키 도시히코 외 기타등등 기타등등
다시 불끄러.... ㅠㅠ 검무극과 소소.... 기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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